익산은 전라북도의 중심에 위치한 도시로, 백제의 숨결과 근대의 흔적이 공존하는 매력적인 역사문화 도시다. 특히 최근 KTX로 서울에서 약 1시간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어, 당일치기 또는 1박 2일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익산 문화재 야간여행'은 야간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매력을 담고 있으며, 익산의 정체성을 가장 아름답게 체험할 수 있는 행사로 꼽힌다. 이 칼럼에서는 KTX를 타고 떠나는 익산의 야간 문화유산 탐방 여정을 따라가며, 이 도시가 가진 깊은 매력과 관광 자원의 가치를 소개하고자 한다.
도시에 스며든 문화유산, 익산의 밤은 낮보다 깊다
익산은 한때 백제의 수도였던 '왕궁리 유적'과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던 '미륵사지'를 품고 있는 고도이다. 그러나 그 역사의 깊이에 비해 대중적으로는 다소 조용한 이미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익산이 지금, 밤이 되면 다른 얼굴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재 야행'이다. 익산 문화재 야간여행은 매년 여름과 가을에 걸쳐 열리며, 해가 진 뒤에도 살아 숨 쉬는 문화유산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하는 도시 대표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서울에서 KTX를 타고 익산역에 도착하면, 도시의 중심부를 거쳐 왕궁리유적지나 근대문화거리까지 이동하는 데는 20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 낮과 다른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점등된 조명은 유적을 하나의 미술작품처럼 만들어주며, 관람객은 조용한 발걸음으로 그 시간을 걷는다. 특히 이 야행은 단순한 관람형 축제를 넘어서 공연, 전시, 체험, 미디어 아트 등 다채로운 요소가 어우러져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 가능성을 함께 제시한다. 익산 문화재 야행의 특별함은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유적지 내에 설치된 미디어 파사드는 과거 왕궁이 있었던 자리를 가상으로 되살리고, 해설사와 함께 걷는 야간 해설 투어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돌 하나, 길 하나에도 생생한 이야기를 입혀준다. 이처럼 익산의 밤은 조용하지만 단단하고, 어둡지만 풍성하다.
문화재 야간여행이 바꾸는 도시의 풍경과 인식
2025년 현재,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문화재 야간여행 중에서도 익산은 그 차별성과 깊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도시다. 단순히 유적지를 개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민과 예술가, 기획자가 유기적으로 협업하여 ‘도시 자체를 하나의 무대’로 활용하는 접근을 택하고 있다. 이는 단지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과거를 현재에 새롭게 소환해 사람들이 직접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가장 인상 깊은 콘텐츠 중 하나는 ‘백제의 빛, 미륵사지 미디어쇼’다. 밤 8시부터 약 20분간 진행되는 이 쇼는 미륵사지 석탑과 주변 유적을 스크린 삼아, 백제시대의 문화와 건축을 현대 기술로 재해석한 영상과 음악을 접목한 프로그램이다. 이 미디어쇼는 단지 기술적인 완성도를 넘어, 감성적인 연출과 함께 방문객들에게 감탄과 경외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또한 익산 근대역사문화거리에서는 근대 건축물을 배경으로 한 플래시몹 공연과 아날로그 체험 공간, 골목 투어 프로그램이 함께 진행된다. 특히 이곳은 익산의 또 다른 얼굴인 20세기 초중반의 산업화와 철도 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어, 백제문화와는 또 다른 타임라인을 제공한다. 이렇게 두 시대를 동시에 품고 있는 도시 공간은 전국에서도 흔치 않다. KTX로 연결되는 뛰어난 접근성 또한 이 야간여행의 확장성을 뒷받침한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주요 도시에서 1~2시간 거리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주말 나들이나 가족 단위 체험형 여행에도 적합하다. 실제로 익산시는 관광객 대상 설문조사에서 “도심형 문화 체험”과 “야간 관광 만족도”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이처럼 익산 문화재 야행은 단순한 축제를 넘어서, 지역의 브랜드를 강화하고 문화유산의 현재적 가치를 증명하는 성공적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야경 속 시간여행, 익산이 말해주는 도시의 지속 가능성
익산 문화재 야간여행은 단지 과거를 복원하는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이 축제는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어떻게 과거와 교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예시이다. 백제의 흔적 위에 펼쳐진 미디어 아트, 근대 거리에서 들려오는 라이브 음악,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시공간에서 어우러지는 순간, 익산은 '역사 도시'를 넘어 '문화 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드러낸다. KTX라는 시간 단축의 수단이 과거와 현재를 더 빠르게 연결해 주듯, 익산 문화재 야간여행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놓치기 쉬운 역사와 문화를 다시 보게 만든다. 더불어 이 야간여행이 가지는 진정한 의미는 도시의 재해석이다. 유적을 그냥 보존하는 것이 아닌, 시민과 여행자, 청년들과 아티스트가 참여하며 그 유적에 ‘이야기’를 다시 불어넣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도시 문화의 재생’이며, 앞으로 더 많은 지역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 될 수 있다. 익산 문화재 야간여행은 2025년 현재, 도시 야간 관광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한밤중에 유적지를 거닐며 과거를 느끼고, 현대의 감성으로 해석된 유산을 체험하는 경험은 단지 볼거리 이상의 감동을 선사한다. 익산은 단지 스쳐 지나가는 역사 도시가 아닌, 오늘 우리가 다시 찾고 싶은 ‘살아 있는 과거’로 남을 것이다.